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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5일 일요일

포커페이스, 마음의 트리플

영화 타짜의 주제는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욕망을 끊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이유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주인공 고니가 화장실에서 손가락을 자르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귀를 처음 만나는 이 장면은 주인공의 갈림길이자 영화의 결말을 암시한다. 한마디로 고니는 도박에 대한, 돈에 대한 욕망을 끊지 못한 것이다.

다행이도 고수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나도, 내가 아는 고수분도 영화 결말과 다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는 도박이라는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벗어나는 방법은 우연하게도 포커페이스와 닮아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이렇게 포커페이스를 적고 싶었다. 포커페이스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행동읽기’와 ‘마음읽기’를 언급한다. 포커페이스는 행동읽기와 마음읽기를 방어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다.

[행동읽기, 마음읽기]

포커의 기술 중 상대방 ‘행동읽기’란 기술이 있다. ‘행동읽기’란 상대의 행동을 보고 패가 좋고 나쁨을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 3장 카드를 받고 1장을 오픈할 때 빨리 내려놓으면 좋은 패, 천천히 내려놓으면 나쁜 패이다. 설명하자면, 처음 3장 중 원페어가 있을 때 나머지 한 장을 빨리 내려놓게 된다. 패가 좋으면 결정이 빨라지는 것이다. 반대로 패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어 결정이 늦어진다.

‘마음읽기’는 행동읽기의 연장선으로 상대방 마음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본능적으로 상대방 기분을 어느 정도 살필 수 있다. 거기에 행동읽기라는 기술까지 연마하다보면 사람에 대한 많은 관심을 쏟게 되고 일반인보다 뛰어난 독심술이 가능하다. 마음읽기가 가능해진 사람은 상대방의 포커 실력, 성격, 현재의 기분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상대의 행동과 마음을 읽어 어느 시점에 판을 키우거나 힘을 집중해야할지도 조절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브러핑 하거나 당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순간적인 기분을 관심있게 관찰한다. 브러핑이 성공하는 순간 기뻐하거나 브러핑에 실패해서 기분 나빠하면 하수다. 왜냐하면 브러핑은 실속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브러핑은 2번 중 1번만 잡혀도 잡는 사람이 이익이다.(베팅부분을 공부하면 알 수 있다.)

또한 고수는 위 베팅뿐만 아니라 한가지를 더 고려한다. 고수는 어차피 돈을 따게 된다. 고수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방 기분을 망치지 않으면서 돈을 따야한다는 점이다. 나쁜 패를 가지고 브러핑에 성공하는 것은 일반사람에겐 큰 즐거움이다. 고수는 브러핑 당함으로써 하수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이다.

한번 더 업그레이드 시켜서, A가 브러핑하고 B가 당하는 경우 나는 옆에 있는 C를 유심히 본다. 본인이 개입된 경우에는 기쁘다, 억울하다 등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입되지 않는 경우 속마음이 드러난다. 이때를 유심히 보는 것이다. 마치 강하게 베팅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그 사람이 깔아놓은 쇼잉을 보고 게싱하지 않고 옆에 따라온 사람들의 쇼잉을 보면서 베팅하는 사람의 패를 게싱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포커페이스]

포커페이스는 위 행동읽기, 마음읽기 공격에 대한 방어기술이다. 상대방이 내 행동을, 내 마음을 읽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행동읽기에 대한 방어기술은 나의 행동, 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거짓말 하는 사람은 특이한 행동을 한다. 내가 혹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지 파악해서 고쳐나간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거짓말 후의 행동, 예를 들어 ‘상대방 눈을 쳐다본다.’ ‘코를 만진다.’ ‘다리를 떤다.’ 등을 고쳐나간다. 또한 본인만의 버릇이 있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패가 좋으면 목소리가 변했다. 이런 습관을 친한 사람과 게임을 하면서 서로 지적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마음읽기 공격을 막을 수 없다. 중수이상이면 행동읽기에 대한 자신만의 고유기술 또는 수십 개의 공통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다 파악하고 반대로 행동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물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있는 마음읽기 공격을 행동고침만으로 막아내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수비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마음읽기 공격에 대해 수비는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상대방은 내 마음을 읽고 있으므로 마음이 들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내 마음을 바꾸면 일이 쉬어진다. (물론 마음을 바꾼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내가 알고 있는 마음바꾸기 방법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마음을 섞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을 끊는 것이다.

마음을 섞는 방법은 좋은 패가 들어왔다는 기쁨과 무엇인가 실패했다는 슬픔을 섞어서 감정을 상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난 K포커드를 잡으면 실망한다. 왜냐하면 10포커드가 더 이쁜데 K포커드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 판을 이기려는 욕심보다 이쁜 포커드를 잡겠다는 욕심을 갖는 순간 실망감이 몰려온다. 실전에서 포커드가 완성되면 나는 진짜로, 진짜로 실망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얼굴이나 다른 행동에 실망감이 나타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10포커드가 이쁜 이유는 포커드 중 유일하게 8개의 숫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중수들은 나의 행동 어디선가 실망감을 찾아낸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너 대단하다. 내 마음을 읽다니”, 패가 오픈되고 상대가 혼란 속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실력이 약간 드러난다. ‘하수는 아닌 것이다.’ 물론 이긴 나도 기쁘지 않다. 진짜로 실망했기에.

마음을 끊는 방법은 ‘화두’를 하나 드는 것이다. 설명을 자제해야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화두이다. 그냥 소개만 하겠다. 제목은 ‘남전참묘’이다.
[ 어느 날 동당(東堂) 서당(西堂) 간에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놓고 서로 기르겠다고 시비가 벌어졌다. 다른 방에 계시던 남전 보원 선사께서 고양이 새끼를 치켜들고 "대중들이여, 한마디 이르면 살리고 이르지 못하면 목을 베리라." 하셨다. 대중 가운데 한 사람도 대꾸가 없자 남전 선사께서 드디어 고양이 목을 베어버리셨다. ] => 고양이를 살릴 수 있는 대답은 무엇일까?

이렇듯 높은 수준의 포커페이스는 마음공부이다. 마음공부가 되어야 진정한 포커페이스가 만들어진다. 또한 포커페이스가 완성이 된 고수는 보너스를 하나 얻는다. 바로 욕망의 조절이다. 자기 자신의 욕망 조절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특히 포커를 그만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다. 포커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포커를 하기 싫다는 마음과 섞어버릴 수 있다.

영화를 본 후 만화 타짜1부를 읽어보았다.(그전에는 3부(포커)만 읽었었다.) 영화에서 고니가 손가락 자르는 장면을 보는 순간 남전참묘가 생각났고, 그 장면을 만화에서 어떻게 그렸는지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장면은 없었다. 반대로 만화 속의 고니는 포커페이스를 완성한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방법’ 으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포커페이스는 포커의 기술 중 중수급 기술이다. 고수급 기술은 카드와 이야기하고 규칙과 씨름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수급 기술일지라도 포커페이스는 포커를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기술 연마 방법을 정리하자면, 처음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다음엔 감정을 섞는 연습을 하고, 최종적으론 화두를 천천히,꾸준히 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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